제가 아내를 만났을때가 기억납니다.
저는 유난히 꽃을 좋아했지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아니 겨울에 꽃을 구하기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또 구한다 할지라도 내 주머니는 넉넉치 못했지요.
만나기로 한날 저는 약속시간을 2시간이나 먼저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꽃집에 들어가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카라 한송이를 삽니다.
두시간을 먼저 나온 이유는... 꽃을 사기위해서는 나는 버스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유독 데이트를 하는 날은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는 날이 몹시 추웠던것 같습니다.
헤어져 낡은 구두 속으로 찬 바람이 스며드는것을 이겨내며,
나는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다 금방 멈춰버립니다. 내 손에 쥐어진 카라 한송이가 혹시 상할까봐 이지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런 아련한 추억이 뭔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요.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향해 이유없이 손을 흔듭니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내 발걸음은 추위에도 씩씩합니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한시간을 걸어야 그녀를 볼수 있습니다.
그 기다림이 또 만남을 위한 내 모습이 너무 행복합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 나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때의 열정이 사그러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기운도 많이 떨어져 한시간 이상을 걸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또 아내 앞에서 방귀를 뿌웅 끼어버리는 교양없는 남편이 되어있지요.

하지만 변하지 않은것은 하나있습니다.
종교나 신앙을 떠나 예수님은 2000년전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이땅에 오셨고
그 사랑도 변함없이 우리에게 내려오고있습니다.

나는 예수님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펑퍼짐하게 서있는 한 여자를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또 아끼고 소중히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동네 어귀에서 꽃을 한송이 사려합니다.
그리고 내 아내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갈것입니다.
집 문을 열어주는 아내 앞에 추위로 상기된 얼굴로 약간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쥐어진 꽃 한송이를 안겨줄것입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하겠노라 고백할것입니다.